관심을 두고 지켜보던 경매 물건이 매각기일 며칠 전에 "취하"로 사라졌다가, 몇 달 뒤 새 사건번호를 달고 다시 나오는 일이 있습니다. 검색어로는 "경매 취하후 재경매"로 많이 찾지만, 법률 용어로 보면 취하 뒤 다시 나오는 경매는 재매각이 아니라 채권자가 새로 신청한 별개의 사건입니다. 사건번호·감정가·최저가·배당요구종기가 전부 새로 정해지고, 이전 사건에서 유찰로 내려갔던 최저가는 사라집니다. 이 글은 취하가 무엇인지, 취하 뒤 다시 경매가 시작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낙찰 후 취하되면 낙찰자의 보증금과 동의권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취하 이력이 있는 물건에 입찰할 때 확인할 것을 정리합니다.
정의 — 취하는 신청채권자가 경매 신청을 거두는 것
경매 취하는 경매를 신청한 채권자가 신청을 철회하는 것입니다. 채무자가 빚을 갚거나 갚기로 합의해 채권자가 더 이상 경매를 진행할 이유가 없어질 때 이루어집니다. 민사집행법 제93조에 따라 취하는 매수신고가 있기 전까지는 채권자가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매수신고가 있은 뒤에는 최고가매수신고인(낙찰자)·차순위매수신고인 또는 매수인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취하되면 법원은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의 말소를 촉탁하고, 신청채권자가 예납한 비용 중 남은 잔액을 돌려줍니다. 다른 채권자가 같은 부동산에 별도로 경매를 신청해 둔 이중경매 상태라면 선행 사건이 취하되어도 후행 사건으로 절차가 이어집니다(제87조).
| 구분 | 원인 | 사건번호 | 감정가·최저가 | 배당요구종기 |
| 취하 후 재신청 ("재경매") | 채권자가 취하했다가 채무자가 다시 연체해 재신청 | 새 번호 | 새로 감정, 최저가는 새 감정가의 100%부터 | 새로 지정 — 임차인 등은 다시 배당요구해야 함 |
| 재매각 | 낙찰자가 잔금을 내지 않음 (제138조) | 같은 번호 | 직전 최저가 유지, 입찰보증금 20~30%로 상향되는 경우 있음 | 유지 |
| 새매각 | 유찰 (입찰자 없음) | 같은 번호 | 직전 최저가에서 20~30% 저감 | 유지 |
| 취소 후 재신청 | 무잉여·매각불허가 확정 등으로 법원이 절차 취소 | 새 번호 | 새로 감정 | 새로 지정 |
표에서 보듯 취하 후 다시 시작되는 경매는 이전 사건과 법적으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이전 사건에서 3회 유찰되어 최저가가 감정가의 34%까지 내려갔더라도, 재신청되면 새 감정가의 100%에서 다시 출발합니다. 반면 "재매각"은 같은 사건 안에서 낙찰자의 잔금 미납 때문에 다시 매각하는 것이라 최저가가 그대로 유지됩니다.
취하 뒤 다시 나오면 무엇이 달라지나
① 채권자 재신청 → 새 사건번호(타경) 부여, 경매개시결정·기입등기
↓
② 감정평가 다시 실시 — 이전 감정 시점과 시세가 달라졌으면 감정가도 달라짐. 감정료·현황조사료 등 집행비용도 다시 예납
↓
③ 현황조사·매각물건명세서 새로 작성 — 점유자·임차인 현황이 이전 사건과 다를 수 있음
↓
④ 배당요구종기 새로 지정 — 이전 사건의 배당요구는 효력 없음. 임차인은 다시 배당요구해야 배당·소멸 대상이 됨
↓
⑤ 첫 매각기일 지정 — 통상 신청 후 4~6개월. 최저가는 새 감정가의 100%
입찰자 입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 ②와 ④입니다. 감정가가 새로 매겨지므로 이전 사건의 유찰 이력을 근거로 "이번엔 싸게 나오겠지"라고 기대할 수 없고, 임차인의 배당요구 여부가 새로 결정되므로 이전 사건 매각물건명세서에 "배당요구 있음"으로 적혀 있던 임차인이 새 사건에서는 배당요구를 하지 않아 인수 대상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낙찰 후 취하되면 — 시점별 낙찰자 처리
| 취하 시점 | 낙찰자 동의 | 입찰보증금 | 비고 |
| 매각기일 전 (입찰 전) | 불필요 | 해당 없음 | 임장·자금 준비 비용은 입찰자 부담으로 돌아옴 |
| 입찰 후 매각허가결정 전 | 최고가매수신고인·차순위매수신고인 동의 필요 | 동의하면 전액 반환 | 동의하지 않으면 취하 불가, 절차 진행 |
| 매각허가결정 후 잔금 전 | 매수인 동의 필요 | 동의하면 전액 반환 | 임의경매에서는 채무자가 채무를 전부 갚고 근저당권 말소 서류를 내면 동의 없이도 절차가 취소될 수 있음(제266조) |
| 잔금 납부 후 | 취하 불가 | - | 대금 완납으로 소유권이 낙찰자에게 이전됨 |
낙찰 후 취하에 동의할지는 낙찰자의 자유이며, 동의의 대가를 법이 정해 두지는 않았습니다. 실무에서는 채무자나 채권자 쪽에서 낙찰자에게 임장·자금 준비에 든 비용을 보전해 주는 조건으로 동의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으나 당사자 간 합의 사항입니다. 다만 세 번째 줄의 예외를 알아 두어야 합니다. 근저당권 실행 임의경매에서는 채무자가 대금 납부 전에 채무 전액을 변제하고 근저당권 말소 등 담보권 소멸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면 법원이 경매절차를 취소할 수 있어(민사집행법 제266조), 이 경로에서는 낙찰자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낙찰자가 동의를 거부해도 채무자가 돈을 마련해 갚으면 절차가 없어질 수 있다는 뜻이며, 이때 입찰보증금은 반환됩니다.
예시 — 감정가 3억원 아파트, 2회 유찰 후 최저가 1억 4,700만원
① A가 1억 8,000만원에 낙찰(입찰보증금 1,470만원), 매각허가결정 → 잔금 기한 전에 채무자가 자금을 마련해 채권자가 취하 요청
② 취하하려면 매수인 A의 동의 필요. A가 동의하면 보증금 1,470만원 반환, 사건 종결
③ A가 동의하지 않으면 취하 불가. 그러나 임의경매라면 채무자가 채무 전액을 갚고 근저당권을 말소한 뒤 그 서류를 제출해 절차 취소를 구할 수 있음 → 취소되면 보증금 반환
④ 6개월 뒤 채무자가 다시 연체, 채권자가 재신청 → 새 사건번호, 새 감정가 3억 2,000만원, 첫 기일 최저가 3억 2,000만원(100%). 이전 사건의 최저가 1억 4,700만원은 사라짐
⑤ 이전 사건에서 배당요구했던 임차인(보증금 1억 5,000만원, 대항력 있음)이 새 사건에서 배당요구를 하지 않으면 → 새 매각물건명세서에 "배당요구 없음", 낙찰자 인수 대상으로 바뀜
취하 이력이 있는 물건 — 입찰자 관점 핵심 포인트
1. 사건 내역에서 이전 사건의 취하 이력을 확인합니다. 법원경매정보의 사건 내역이나 등기부 갑구의 "임의경매개시결정 → 말소" 기록을 보면 같은 부동산이 과거에 경매에 들어갔다가 취하된 적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취하는 대개 채무자가 변제하거나 변제를 약속해서 이루어지므로, 재신청된 물건은 채무자가 이번에도 기일 직전에 자금을 마련해 취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취하되면 입찰자가 들인 임장·자금 준비 비용은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2. 이전 사건의 유찰 회차와 최저가는 참고만 합니다. 새 사건은 새 감정가의 100%에서 시작하므로 이전 사건 최저가로 낙찰받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전 사건에서 몇 회 유찰됐는지는 그 가격대에서 입찰자가 없었다는 기록이므로, 이번 사건에서 몇 회 유찰까지 기다릴지 판단하는 자료로는 쓸 수 있습니다. 이전 감정가와 새 감정가의 차이는 감정 시점 사이의 시세 변동을 보여 줍니다.
3. 낙찰 후 취하 동의 요청을 받으면 동의 여부는 낙찰자가 정합니다. 동의하지 않으면 절차가 진행되어 잔금을 내고 소유권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다만 임의경매에서는 채무자가 전액 변제하고 담보권 소멸 서류를 내면 동의 없이도 취소될 수 있으므로, 동의를 거부한다고 해서 낙찰이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경로든 취하·취소되면 입찰보증금은 전액 반환됩니다. 낙찰 후 잔금 대출을 신청해 둔 상태라면 대출 실행 전에 사건 진행 상황을 확인해 불필요한 대출 비용이 생기지 않도록 합니다.
정리
경매 취하는 신청채권자가 경매 신청을 거두는 것으로, 매수신고 전에는 자유롭게 할 수 있고 매수신고 후에는 최고가매수신고인·차순위매수신고인 또는 매수인의 동의가 필요합니다(민사집행법 제93조). 취하된 뒤 다시 나오는 경매는 재매각이 아니라 새 사건이며, 사건번호·감정가·최저가(새 감정가의 100%)·배당요구종기가 전부 새로 정해지고 이전 사건의 유찰 저감과 배당요구는 효력을 잃습니다. 낙찰 후 취하되면 동의 여부에 따라 처리되고 어느 경우든 입찰보증금은 반환되지만, 임의경매에서는 채무자가 전액 변제하고 담보권 소멸을 증명하면 낙찰자 동의 없이도 절차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제266조). 취하 이력이 있는 물건은 채무자의 변제 시도가 있었다는 기록이므로 기일 직전 취하 가능성을 감안하고, 이전 사건의 최저가가 아니라 새 감정가 기준으로 입찰가를 계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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