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계약을 갱신하면서 보증금을 올려준 임차인이 있는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처음 계약한 보증금과 나중에 올려준 증액분은 경매에서 서로 다른 순위로 취급됩니다.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언제 갖췄는가"로 순위가 정해지는데, 증액분은 최초 전입일이 아니라 증액 계약을 한 시점을 기준으로 따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에 근저당권이 설정됐다면 원래 보증금은 선순위인데 증액분은 후순위가 되는 일이 생깁니다. 이 글은 보증금 증액분의 대항력·우선변제권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매각물건명세서에서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입찰자와 임차인 각각의 확인 포인트를 정리합니다.
정의 — 증액분은 증액 시점 기준으로 순위를 따로 본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은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전입신고)을 마친 다음 날 0시부터 생기고(제3조 제1항), 우선변제권은 대항력 요건에 더해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은 날을 기준으로 생깁니다(제3조의2 제2항). 이 두 권리는 임차인이 갖춘 시점과 다른 권리(근저당권·가압류 등)의 설정 시점을 비교해 순위를 정합니다.
보증금을 증액하면 늘어난 부분에 대한 임대차는 증액 합의 시점에 새로 성립한 것으로 봅니다. 대법원은 1990년 8월 14일 선고 90다카11377 판결에서, 임대차계약이 갱신되면서 보증금이 증액된 경우 증액 부분에 대해서는 증액 이전에 설정된 저당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최초 보증금의 순위는 최초 전입·확정일자 시점이고, 증액분의 순위는 증액 계약 시점(증액 계약서에 받은 확정일자 시점)입니다. 증액분에 새로 확정일자를 받지 않았다면 증액분에는 우선변제권이 아예 없습니다.
원 보증금과 증액분의 비교
| 구분 | 최초 보증금 | 증액분 |
| 대항력 기준 시점 | 최초 전입신고 + 인도 다음 날 | 증액 합의(계약서 작성) 시점 |
| 우선변제권 기준 시점 | 최초 계약서 확정일자 | 증액 계약서에 새로 받은 확정일자 (안 받으면 없음) |
| 그 사이 설정된 근저당권과의 관계 | 근저당보다 선순위 → 낙찰자 인수 또는 1순위 배당 | 근저당보다 후순위 → 배당 순위 뒤로, 낙찰자에게 대항 불가 |
| 매각물건명세서 표기 | 임차인 1명에 보증금·확정일자가 두 줄로 나뉘어 기재되는 경우가 많음 | (같은 칸에 "증액" 또는 두 번째 확정일자로 표시) |
보증금을 낮춘 감액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감액은 기존 권리의 범위가 줄어드는 것이므로 순위 판단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순위 문제는 증액에서만 생깁니다.
금액 예시
예시 — 감정가 4억원 아파트. 임차인 A는 2022년 3월 2일 전입·확정일자, 보증금 2억원. 2023년 5월 10일 은행 근저당권(채권최고액 1억 8,000만원) 설정. 2024년 3월 2일 갱신 계약으로 보증금 3,000만원 증액, 증액 계약서에 같은 날 확정일자. A는 배당요구 함. 낙찰가 3억원.
① 말소기준권리: 2023년 5월 10일 근저당권
② 최초 보증금 2억원: 전입 2022년 3월 → 근저당보다 선순위 → 대항력 있음 + 1순위 배당. 배당으로 2억원 전액 수령
③ 증액분 3,000만원: 증액 2024년 3월 → 근저당보다 후순위 → 낙찰자에게 대항 불가. 배당 순위는 근저당(1억 8,000만원 한도) 다음
④ 배당 계산(집행비용 생략): 낙찰가 3억원 → A 최초분 2억원 → 근저당 채권 실제 잔액이 1억원이라면 1억원 → 남는 금액 0원 → 증액분 3,000만원은 배당 없음, 낙찰자에게 청구할 수도 없음
⑤ A가 배당요구를 하지 않았다면: 최초분 2억원은 낙찰자가 인수, 증액분 3,000만원은 인수 대상이 아님 (낙찰자 실질 취득가 = 3억원 + 2억원 = 5억원)
같은 예시에서 A가 증액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지 않았다면 증액분 3,000만원은 우선변제권이 없어 배당 순위가 일반 채권자와 같아지고, 결과는 위와 같이 0원입니다. 증액분이 대항력을 갖는 경우는 증액 시점보다 뒤에 설정된 권리가 말소기준권리일 때뿐입니다. 위 예시에서 근저당권이 2024년 6월에 설정됐다면 증액분도 근저당보다 앞서므로 2억 3,000만원 전체가 선순위가 됩니다.
매각물건명세서에서 읽는 순서
① 임차인 현황 칸 — 같은 임차인의 보증금이 두 줄(예: 200,000,000원 / 30,000,000원)로 나뉘어 있고 확정일자가 두 개면 증액 사례
↓
② 등기부의 말소기준권리 설정일 — 최초 확정일자와 증액 확정일자 사이에 설정된 권리가 있는지 확인
↓
③ 배당요구 여부 — 배당요구했으면 최초분은 배당으로 소멸, 배당요구 없으면 최초분만 인수
↓
④ 인수액 산정 — 인수 대상은 말소기준권리보다 앞선 부분만. 증액분이 뒤라면 인수액에서 제외
입찰자 관점 핵심 포인트
1. 인수보증금은 "총 보증금"이 아니라 "선순위 부분"입니다. 매각물건명세서에 보증금 2억 3,000만원이 적혀 있어도, 그중 증액 3,000만원이 말소기준권리 뒤라면 낙찰자가 인수하는 금액은 2억원입니다. 반대로 증액분까지 전부 선순위인지 확인하지 않고 2억원으로만 계산하면 3,000만원을 더 떠안게 됩니다. 알짜경매의 인수부담 표시는 이 구분을 반영해 산출되지만, 최종 확인은 매각물건명세서의 확정일자 날짜로 하세요.
2. 증액분이 후순위인 임차인은 명도 협의 상대가 됩니다. 최초분을 배당으로 전액 받고 증액분을 못 받은 임차인은 낙찰자에게 증액분을 청구할 수 없지만, 그 손실 때문에 명도 협의가 길어질 수 있습니다. 인도명령 대상이지만 실제 퇴거까지의 기간과 이사비 협의를 자금 계획에 넣어야 합니다.
3.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 판단은 증액 후 총액 기준입니다. 최우선변제 대상 보증금 상한은 최선순위 담보물권 설정일 당시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그때 보증금 총액이 상한을 넘으면 최우선변제 대상에서 빠집니다. 증액으로 총액이 상한을 넘어선 경우가 여기에 해당하므로, 소액임차인으로 표시된 물건이라도 증액 이력이 있으면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임차인이라면 — 증액 계약 때 확인할 것
갱신하면서 보증금을 올려줄 때는 증액 계약 직전에 등기부등본을 새로 떼어 최초 계약 이후 설정된 근저당권·가압류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면 증액분이 그 권리보다 후순위가 된다는 점을 전제로 증액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증액 계약서(또는 증액 특약이 적힌 갱신 계약서)에는 반드시 확정일자를 새로 받아야 증액분에 우선변제권이 생깁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돼 있다면 증액분에 대해 보증 한도 변경 신청도 필요합니다.
정리
보증금 증액분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최초 전입일이 아니라 증액 시점을 기준으로 따로 정해지며, 그 사이에 설정된 근저당권이 있으면 증액분은 후순위가 되어 낙찰자에게 대항할 수 없고 배당 순위도 뒤로 밀립니다. 입찰자는 매각물건명세서에서 확정일자가 두 개 이상인 임차인을 발견하면 각 날짜를 말소기준권리 설정일과 비교해 인수액을 선순위 부분으로만 산정하세요. 임차인은 증액 전 등기부 확인과 증액분 확정일자를 빠뜨리지 않는 것이 보증금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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