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입찰가를 잘못 썼다면? 0 하나 더 쓴 입찰표의 효력·보증금 몰수·매각불허가 신청 정리
기일입찰표의 입찰가격란에 3억 5,000만원을 쓰려다 0을 하나 더 붙여 35억원으로 제출하는 사고는 경매 법정에서 드물지 않게 일어납니다. 경매 입찰가 잘못 기재는 개찰 때 그 자리에서 드러나지만, 입찰표는 제출한 뒤 취소·정정이 되지 않고, 입찰자 본인의 착오는 매각불허가 사유에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적으면 잘못 쓴 금액 그대로 최고가매수신고인이 되고, 대금을 내지 않으면 입찰보증금은 돌려받지 못한 채 배당 재원에 들어갑니다. 이 글에서는 입찰가 실수가 확정되는 법적 근거, 정정·취소·불허가 신청·즉시항고·대금 미납 각 수단의 가능 여부, 보증금 3,500만원이 몰수되는 금액 흐름, 절차 순서, 입찰표 작성 단계의 예방법을 정리합니다.
1. 입찰표는 제출 뒤 취소·변경할 수 없다
기일입찰은 민사집행규칙 제62조가 정한 기일입찰표로 합니다. 입찰표에는 사건번호와 부동산 표시, 입찰자의 이름과 주소, 입찰가격, 매수신청 보증의 액수와 제공 방법을 적고, 입찰가격은 일정한 금액으로 표시해야 하며 다른 입찰가격에 대한 비율로는 적지 못합니다(같은 조 제4항). 그리고 같은 조 제6항은 입찰은 취소·변경 또는 교환할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입찰봉투를 집행관에게 제출한 순간 입찰은 완료되고, 개찰 전이라도 되돌려 받거나 금액을 고쳐 다시 낼 수 없습니다.
입찰표 자체를 고치는 것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법원 실무에서 입찰가격란의 숫자를 지우거나 덧쓰거나 두 줄로 긋고 정정인을 날인한 입찰표는 무효로 처리합니다. 입찰가격은 입찰 효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재사항이어서, 정정 흔적이 있으면 어느 금액이 진의인지 확정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작성 중에 숫자를 잘못 쓴 것을 알아차렸다면 그 입찰표는 버리고 새 용지에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합니다. 이 원칙은 개찰 뒤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집행관이 35억원을 최고가로 호창한 뒤 입찰자가 "0을 하나 더 썼다"고 말해도 집행관은 금액을 고쳐 줄 권한이 없습니다.
2. 착오는 매각불허가 사유가 아니다
최고가매수신고인이 정해지면 법원은 매각결정기일에 매각허가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해관계인은 민사집행법 제121조가 열거한 사유로 매각허가에 대한 이의를 신청할 수 있고, 법원은 이의가 정당하거나 제121조 사유가 있으면 직권으로 매각을 허가하지 않습니다(제123조). 제121조의 사유는 집행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 최고가매수신고인의 매수 능력·자격 결여, 최저매각가격 결정이나 매각물건명세서 작성의 중대한 흠, 부동산의 훼손이나 권리관계의 중대한 변동, 그 밖에 경매절차의 중대한 잘못 등입니다. 입찰자 본인이 금액을 잘못 적은 것은 이 목록에 없습니다.
대법원 결정례도 입찰가격을 착오로 잘못 기재했다는 사정은 매각불허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민법상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 법리를 경매의 매수신고에 그대로 끌어오지 않는 것은, 경매가 법원이 주재하는 절차이고 매수신고의 효력을 사후에 입찰자 사정으로 뒤집으면 절차의 안정성과 다른 입찰자·채권자의 이익을 해치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 입찰자가 "최저매각가격의 10배라 누가 봐도 오기"라는 취지로 불허가를 구하더라도, 법원은 절차 자체에 흠이 없는 한 매각허가결정을 합니다.
매각허가결정에는 제129조에 따라 즉시항고를 할 수 있지만, 제130조 제1항은 항고 사유를 제121조의 사유 또는 그 결정 절차의 중대한 잘못으로 제한합니다. 착오는 여기에도 들어가지 않으므로 항고는 기각 대상입니다. 더구나 매각허가결정에 항고하려면 매각대금의 10분의 1을 보증으로 공탁해야 하고(제130조 제3항), 매수인의 항고가 기각되면 그 보증 가운데 항고 기간 동안의 매각대금에 대한 이자 상당액은 돌려받지 못합니다. 35억원 낙찰이면 항고 보증만 3억 5,000만원이 필요합니다.
3. 매각허가결정 취소신청과는 별개다
민사집행법 제127조의 매각허가결정 취소신청은 매각허가결정 뒤 대금 납부 전에 부동산이 현저히 훼손되거나 권리관계에 중대한 변동이 생긴 사실이 밝혀진 경우(제121조 제6호)에 매수인이 쓰는 제도입니다. 화재·침수나 선순위 권리의 등장처럼 목적물 쪽 사정이 요건이지, 입찰자 쪽의 금액 착오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두 제도 이름이 비슷해 혼동하기 쉬우나, 입찰가를 잘못 쓴 사건에서 제127조로 구제받을 길은 없습니다.
4. 수단별 가능 여부 비교
| 수단 | 근거 | 착오 기재에 가능한지 | 결과 |
| 입찰표 정정 | 법원 실무 | 불가 — 정정한 입찰표는 무효 | 제출 전이면 새 용지에 다시 작성 |
| 입찰 취소·변경 | 민사집행규칙 제62조 제6항 | 불가 | 제출한 금액으로 입찰 확정 |
| 매각불허가 신청(이의) | 민사집행법 제121조·제123조 | 사유 아님 — 대법원 결정례 | 매각허가결정 |
| 즉시항고 | 민사집행법 제129조·제130조 | 사유 아님, 매각대금 10% 공탁 필요 | 기각, 보증 일부 미반환 |
| 매각허가결정 취소신청 | 민사집행법 제127조 | 무관 — 훼손·권리변동이 요건 | 각하·기각 |
| 대금 미납 | 민사집행법 제137조·제138조 | 가능 (사실상 유일한 선택) | 보증금 몰수, 재매각 또는 차순위 매각허가 |
표가 보여 주듯 입찰가를 잘못 쓴 입찰자에게 남는 길은 그 금액으로 대금을 내거나, 내지 않고 보증금을 포기하는 것 두 가지입니다.
5. 대금 미납 시 보증금과 재매각
매각허가결정이 확정되면 법원은 제142조에 따라 대금지급기한을 정하고, 매수인은 그 기한까지 매각대금을 내야 합니다. 기한까지 내지 않으면 두 갈래로 나뉩니다.
차순위매수신고인이 있으면 법원은 제137조에 따라 그 사람에게 매각을 허가할지 결정하고, 차순위매수신고인에 대한 매각허가결정이 있으면 종전 매수인은 보증을 돌려받지 못합니다. 차순위매수신고인이 없으면 법원은 제138조에 따라 직권으로 재매각을 명합니다. 재매각에는 종전 매각조건이 적용되고(제2항), 종전 매수인은 재매각 절차에 참가하지 못하며 매수신청 보증을 돌려받지 못합니다(제4항). 다만 재매각기일 3일 이전까지 대금과 지연이자, 절차비용을 내면 재매각은 취소됩니다(제3항).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은 제147조 제1항에 따라 배당할 금액에 포함되어 매각대금과 함께 채권자에게 배당되고, 남으면 소유자에게 돌아갑니다. 보증금이 국고에 귀속되거나 법원이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배당 재원이 되는 구조입니다. 재매각 사건은 매수신청 보증을 최저매각가격의 20~30%로 올리는 특별매각조건이 붙는 경우가 많아, 다음 회차 입찰자의 부담도 함께 커집니다.
6. 금액 예시 — 3억 5,000만원을 35억원으로 쓴 경우
감정가 5억원 아파트, 1회 유찰로 최저매각가격 3억 5,000만원(30% 저감), 매수신청 보증 최저매각가격의 10% = 3,500만원, 입찰자 A는 3억 5,000만원을 쓰려다 0을 하나 더 붙여 35억원으로 제출, 2등 입찰자 B는 3억 7,000만원 가정
· 개찰 결과: A 35억원 최고가매수신고인, B 3억 7,000만원
· 차순위매수신고 요건(제114조): 최고가 35억원 − 보증 3,500만원 = 34억 6,500만원을 넘는 금액이어야 하므로 B는 신고 불가 → 차순위매수신고인 없음
· 매각결정기일: A의 불허가 신청은 사유 아님 → 35억원에 매각허가결정, 확정 후 대금지급기한 지정
[A-1] 대금 미납
보증금 3,500만원 몰수 → 배당 재원 편입(제147조), 재매각 명령(제138조), A는 재매각 참가 불가
A의 손실: 3,500만원 + 입찰 준비 비용, 물건은 다음 회차에 다른 입찰자에게 넘어감
[A-2] 대금 납부
35억원을 내고 소유권 취득 — 시세 5억원 안팎의 아파트에 30억원을 더 지급하는 결과
[비교] 자릿수가 아니라 숫자 하나를 틀려 3억 8,000만원으로 쓴 경우
B(3억 7,000만원)는 3억 8,000만원 − 3,500만원 = 3억 4,500만원을 넘으므로 차순위매수신고 가능
A가 미납하면 제137조에 따라 B에게 매각허가, A의 보증금 3,500만원은 역시 몰수
0을 하나 더 쓴 사건에서는 차순위매수신고 기준선이 최고가 근처까지 올라가 차순위매수신고인이 나오기 어렵고, 결국 재매각으로 갑니다. 보증금 몰수는 차순위매수신고인 유무와 관계없이 같습니다.
7. 절차 흐름
① 매각기일 개찰 — 집행관이 입찰표를 열어 최고가를 호창, 이 시점에 오기재가 드러나지만 취소·정정 불가(규칙 제62조 제6항)
↓
② 최고가매수신고인 확정 — 잘못 쓴 금액 그대로 확정, 차순위매수신고는 최고가 − 보증금을 넘는 입찰자만 가능
↓
③ 매각결정기일(보통 1주 뒤) — 착오는 제121조 사유가 아니므로 매각허가결정, 즉시항고는 사유 제한과 10% 공탁으로 실익 없음
↓
④ 대금지급기한(확정 후 약 1개월) — 제142조에 따라 지정, 이때까지 납부 여부를 결정
↓
⑤ 미납 — 차순위매수신고인이 있으면 제137조 매각허가, 없으면 제138조 재매각 명령
↓
⑥ 보증금 배당 재원 편입 — 제147조 제1항, 종전 매수인은 재매각 참가 불가·보증금 반환 불가
8. 예방 — 입찰표 작성 단계에서 막는다
입찰표를 잘못 쓴 뒤에는 구제 수단이 없으므로 예방이 전부입니다. 법원 기일입찰표의 입찰가격란은 천억·백억·십억·억·천만·백만·십만·만·천·백·십·일 단위로 칸이 나뉘어 있습니다. 다음 순서로 작성하면 자릿수 오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첫째, 금액을 먼저 숫자로 확정하고 자릿수를 셉니다. 3억 5,000만원은 350,000,000원으로 9자리, 35억원은 3,500,000,000원으로 10자리입니다. 입찰표를 쓰기 전에 메모지에 쉼표를 넣어 적고 자릿수를 센 뒤, 그 숫자를 보고 옮겨 적습니다.
둘째, 일의 자리부터 오른쪽 끝 칸에 맞추어 채웁니다. 왼쪽 큰 단위 칸부터 채우기 시작하면 남는 오른쪽 칸을 0으로 메우다가 자릿수가 밀리기 쉽습니다. 오른쪽 끝의 "일" 칸에 0을 넣고 왼쪽으로 올라가며 적으면, 마지막 숫자 3이 "억" 칸에 오는지 "십억" 칸에 오는지 바로 확인됩니다. 남는 왼쪽 칸은 비워 둡니다.
셋째, 다 쓴 뒤 칸의 단위 표시를 소리 내어 읽으며 검산합니다. 맨 왼쪽 숫자가 있는 칸의 단위(억 또는 십억)를 읽고, 그것이 의도한 금액과 맞는지 확인합니다. 입찰표에는 한글 금액 칸이 없으므로 메모지에 "삼억오천만원"으로 한글 병기해 두고 대조하는 방법이 쓰입니다.
넷째, 동행자가 있으면 두 사람이 따로 확인합니다. 본인이 쓴 숫자는 본인 눈에는 맞게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리 입찰이라면 본인이 지정한 금액을 문자나 메모로 남겨 두고 대리인이 그 기록과 입찰표를 대조합니다.
다섯째, 입찰봉투에 넣기 전에 마지막으로 다시 봅니다. 봉투를 봉하고 집행관에게 낸 뒤에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보증금 봉투와 함께 넣기 직전에 입찰가격란만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이 사고를 막습니다. 숫자를 틀렸다면 정정하지 말고 새 입찰표에 다시 씁니다. 입찰표는 법원 집행관 사무실과 입찰 법정에 비치되어 있고 사전에 대법원 법원경매정보 사이트에서 내려받아 미리 작성해 갈 수도 있습니다.
9. 입찰자 관점 핵심 포인트
첫째, 입찰표 제출 = 확정입니다. 개찰 전이든 후든 금액을 바꿀 수 있는 단계는 없고, 착오를 이유로 한 매각불허가·즉시항고·취소신청은 모두 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잘못 쓴 금액이 최고가가 되면 보증금을 잃거나 그 금액을 내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둘째, 몰수되는 금액은 보증금이지 입찰가 차액이 아닙니다. 35억원을 썼다고 35억원을 물어내는 것은 아니고, 대금을 내지 않으면 매수신청 보증 3,500만원을 잃는 것으로 끝납니다. 다만 그 보증금은 반환되지 않고 배당 재원이 되며, 같은 물건의 재매각에는 참가하지 못합니다.
셋째, 다른 사건에서 재매각 물건을 볼 때는 이 사고의 흔적일 수 있습니다. 매각물건명세서나 기일 내역에서 직전 회차 낙찰가가 최저매각가격의 몇 배로 튀어 있다가 미납으로 재매각이 된 물건은 오기재 사고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경우 물건 자체에 흠이 있어서 미납된 것이 아니므로, 재매각의 높아진 보증금 비율만 감안하면 됩니다.
정리
기일입찰표의 입찰가격은 민사집행규칙 제62조에 따라 일정한 금액으로 적어야 하고 제출 뒤에는 취소·변경할 수 없으며, 정정한 입찰표는 법원 실무상 무효입니다. 자릿수를 잘못 써서 최고가매수신고인이 되어도 본인의 착오는 민사집행법 제121조의 매각불허가 사유가 아니고, 대법원 결정례도 같은 입장이어서 즉시항고나 제127조 취소신청으로도 구제되지 않습니다. 남는 선택은 대금 납부 또는 미납이며, 미납하면 제137조·제138조에 따라 차순위매수신고인에게 매각허가하거나 재매각을 명하고, 보증금은 제147조 제1항에 따라 배당 재원에 편입되어 돌려받지 못합니다. 예방은 입찰표 작성 순서에 있습니다. 금액의 자릿수를 먼저 세고, 일의 자리부터 오른쪽 끝에 맞춰 적고, 단위 칸을 읽으며 검산하고, 봉투에 넣기 전에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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